애플 아이폰4S 단상: 디스플레이 전쟁, 시작되다.

이번 아이폰은 다 업그레이드되었는데, 단 하나 디스플레이만 아니어서 4S가 됐다. 디스플레이가 안 바뀌니 기구물(프레임)도 바뀌어봤자 모양도 별 차이없어서 어쩔 수 없이 4S로 이름붙인 듯하다. 사실 3G시절부터 4S까지 얼마나 큰 업그레이드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이번 4S가 딱히 5라 부르지 못할 정도로 마이너 업그레이드는 아니다. 삼성 이재용 사장의 커멘트를 고려해보면 삼성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대량공급을 거절해버린 모양이다.

LCD업체들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와 일본업체들이 공급하는데, 같은 해상도의 4인치면 픽셀 피치가 틀려져서 생산라인을 대량수정해야 하는데 0.5인치 확대에 그럴 메리트가 있는가? 같은 dpi로 크기만 키우는 것도 패널 생산성+ 앱 호환성 문제가 생긴다. 레티나만 해도 생산성에 문제가 많았는데, 그 이상 해상도라면 과연 애플이 필요로 하는만큼 대량생산이 가능할지도 의문시된다. 게다가 경제위기인 요즘에 생산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LG도 도시바도 샤프도 자금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 애플의 투자는 1년 정도밖에 안 됐고 생산라인에 영향을 끼치려면 아무리 빨라도 1년이상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신 패널 개발이 잘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어떤 분께서는 LTE망의 확산을 기다리느라 5가 아니라 4S라 하시던데, 그보다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확보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3->4도 3G망 내에서 했는데, 굳이 5를 LTE용으로 발매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LCD는 생산과 개발 기술 모두에서 일시적이나마 한계에 와 있고, OLED는 삼성 모바일 디스플레이 외에는 당장에는 대량생산이 힘든 상황이다. 다만 LCD 진영에서는 레티나를 두 세대 아이폰에서 사용하면서 자금과 시간 여유를 가질테니 이들이 어떤 대응(OLED양산까지 포함해서)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애플의 아이폰5가 출시될 것 같다.

이번에 삼성은 디스플레이를 무기로 대단한 호기를 맞았다. 애플이 여전히 레티나에 머무르는 동안 갤럭시 시리즈에 온갖 OLED 패널을 적용해서 대중의 아이폰 프리미엄을 깎아낼 절호의 찬스가 온 셈이다. 그리고 애플과 삼성의 밀월시대는 확실히 끝났다.

애플은 이번에는 당했지만 디스플레이에서 계속 밀릴 수는 없다. 애플의 고객 충성도는 한세대 정도 디스플레이 향상이 없다고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고, 애플의 현금과 주문량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을 대대적으로 재편할 힘이 있다. LG와 일본업체들도 모바일에서 살아남으려면 애플의 주문이 필수적이다. 어느 업체가 애플에게 선택되느냐에 따라서 나머지 업체들은 도태되는 것도 각오해야 할 지경이다.

애플이 아이폰 5출시를 포기하고 4S로 가면서, 디스플레이가 앞으로 스마트폰 경쟁의 핵심이 됐다. 다 업그레이드 해도 디스플레이가 좋아지지 않으면 완전한 신제품으로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제공격을 얻어맞은 기업이 바로 현금과 주문량에서 압도적인 애플이다. 모든 모바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휘말려들 전쟁이 시작됐다.

Firefox 5 정식판 출시 & 버전 넘버에 대한 단상.

링크: 파이어폭스 한국어 홈페이지

어느샌가 파이어폭스 5가 정식버전으로 나왔습니다. 저야 beta판으로 계속 쓰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정식판으로 나와있더군요. 확실히 릴리즈 속도가 빠르긴 빨라졌습니다. CSS지원 등 기술적인 면은 상당히 보강되어 있는데, 실상 사용자 입장에서는 체감속도가 크롬 12 수준까지 향상되었다는 점 이외에는 별 차이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정도라면 4.1이나, 높인다면 4.5 정도가 되었어야 하는데, 역시 크롬이 미친듯이 버전(숫자만) 업하고 있는 상황이라 버전 5가 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안정적이고 속도도 빠르고 안전합니다. 아직까지 파이어폭스를 써 보시지 않으셨다면 이번 버전5는 추천할만한 웹 브라우저입니다.

FreeBSD도 그렇고, firefox도 그렇고 진중한? 버전업을 이어가던 소프트웨어들이 급진화?하고 있는 걸 보면 좀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Major Versioin>.<Minor Version>.<Build Number>의 버전 넘버링은 이젠 개발관리에서나 사용하는 개념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연도/코드명 + Service Pack 개념으로 버전넘버를 마케팅에 이용하고, 리눅스 진영에서 배포판 만들면서 릴리즈마다 버전을 마구 올린 덕분에 이젠 출시명으로는 어느 정도 바뀌었는지 알기 힘듭니다. 이젠 소프트웨어의 넘버링이 버전이 아니라 출시날짜를 지칭하고, 릴리즈조차 time-base 즉 시간되면 내놓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마이너 버전업에도 새 이름을 붙여서 (괜한)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고, 리눅스 배포판의 경우에는 통일된 관리가 힘들어서 (품질이야 어찌되든) 걍 시간 되면 내놓는 모델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과연 이게 바람직한 길인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오히려 업그레이드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을 지경입니다. 이건 마소의 제품군들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든 탓도 크지만, 계속 새기술이라면서 마이너한 개량을 신제품 삼아 업글을 촉진한 마소의 마케팅에 대한 피로감도 커 보입니다. 윈도의 경우 XP SP1과 SP2는 천지차이고, Vista와 7은 사실 그 코어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고객들이 충분히 기다린 다음에 업글하려고 하는 측면도 강합니다. 마소는 몽땅 다 혁신이라는데 사실 크게 바뀌는 게 없다는 걸 배운 측면도 강하니까요.

리눅스 배포판의 경우에는 아예 Rolling release화 되어 가는 경향이 보입니다. 어떠한 기능과 품질을 달성한 후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개량이 이어지면서 달 차면 버전 붙이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분투가 그 선두주자인 셈입니다. 리누스 트로발즈도 이미 리눅스 커널이 time-based release 즉 달차면 나온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개개 프로젝트 내부에서는 잘 관리되는 프로젝트들도 많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을 검증 및 지원하는 비즈니스(ex 레드햇)들도 많아서 별반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데비안조차 time-based release로 이행하는 경향은 개발하는 입장에는 편리하고 재미있을지도 모르지만, 품질을 최우선시 하는 배포판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오픈소스의 일반화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니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결론은 Firefox 5 써보시고, 버전 넘버 너무 믿지 마시라는 글이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