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러니까 말이죠…

한국에서 이해관계 조정을 해내는 조직은 대법원과 헌재재판소 밖에 없나, 하는 아득함을 자주 느낀다. 아니면 해외 사례 정도가 유일한 조정 기준 일까나. 행정부는 해외 사례가 나올 때까지 좌충우돌하고, 입법부는 이리저리 긁어모아 법률을 만들어 보지만 어느 쪽이든 나오는 순간 손해보는 이익 집단이 헌법 소원을 집어넣는 이상에야… 오늘 대화의 결론은, “헌재 재판관 선출을 직선제로나 해볼까요?”였음. -_-;;

– 아니 정말 농담이 아니라 내각제 국가였다면 내각에서 이뤄져야 할 파워 게임이 헌재에서 이뤄지는 국가라면, 그 파이널 배틀의 배틀러!;;를 국민이 직접 뽑을 기회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닌가, 3배수 정도를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추천하고 렛츠 배틀! 이라는 감각으로.;;;

– 트위터에서 은둔을 선택했더니 블로그가 트위터화 되어가는구만. -_-;;;

– 개인적으로는 국회에서 전원 추천 후 호선 하는 쪽을 선호하긴 합니다. 다만 임기를 1/3씩 엇갈리게 해서 1/3씩 선출하는 것으로.

곽노현 교육감, 후보단일화를 죽이다.

후보단일화 과정에 매수, 야합이라는 딱지는 피하기 힘들어졌다.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그 의도야 어떻든간에 사퇴한 측에 단일화로 당선된 측이 금전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수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약 이런 상황이 보수 후보들에게서 발생했다면 진보측에서 어떤 비난을 퍼부었을지 생각해보면 매우 간단한 일이다. 이미 검찰은 후보매수사건으로 만드려는 의지를 보였다. 곽 교육감이 일치감치 시인한 덕분에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고 있다. 민주당이 빠르게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는 배경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더 곤란하게도 곽 교육감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나는 정치인이 아닌, 교육계 인사들이 고도의 정치행위인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정치인들의 방식대로 선거자금 보전을 약속했지만 그 후처리에는 무관심, 무지했던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본다. 정당 공천이 아닌 교육감 선거의 후보단일화는 당내 경선이나 조정이 없고 일단 후보 등록을 한 다음에 어떠한 제한이 없어진 선거기간 중에만 가능하다. 이 점이 정당 제도의 틀과 정치질서 내에서 돌아가는 다른 선거보다 교육감 선거가 후보단일화에서 문제를 일으킨 진짜 원인이지 않을까. 하지만 면죄부를 줄 수도 없다. 후보단일화에 내재하는 불씨일지라도 불장난을 했으면 잘 끄고 정리할 책임은 후보 자신이 가장 크다. 결국 후보단일화는 곽노현, 곽노현은 후보매수, 라는 매우 강력한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만 하더라도 후보단일화가 매우 무력해졌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대감을 통한 지지율 재고와 압력 형성인데 가능성이 매우 줄어버린 탓이다. 오해?를 피하려면 예비 후보 등록 전에, 비용을 지출하기 전에 단일화해야 하는데 사실상 선거운동으로 세 대결을 한 이후에 후보단일화를 해 왔던 전례에 비추어보면 매우 힘든 일이다. 다른 선거구와 같이 한다면 이런 저런 자리 나눠먹기로 하겠다며 설득할 수나 있겠지만 이번에는 서울시장선거만 치르는 보선이다. 이를 막으려면 범야권 복수정당이 참가하는 대규모 경선을 치르는 수 밖에 없어보이지만 선거는 2달도 안 남았다. 가능한가? 안그래도 일정이 촉박한 후보단일화가 더욱 큰 암초를 만났다. 후단이 안 되면 강남3구가 그 거대한 인구의 힘을 각인시켜줄 거다. 후보단일화 이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후보단일화 브랜드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계파별로 서울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고,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도 각각 득표력있는 스타들이 존재하는 정당들이다. 이들이 후보등록 전에 득표력있는 단일화를 성취하고 단일대오를 갖춘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선거일 며칠 전에 이뤄지기도 굉장히 힘들 일을 이번에는 선거운동 개시전에 마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선거진영에서는 아마도 상대 후보들의 이름보다 곽노현 세 글자가 더 많이 울려퍼질 것이다. 초 비상사태다. 각오나 되셨나들 모르겠다.

곽 교육감은 앞으로 후보단일화가 논의될 때마다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이다. 돈거래 없는, 깨끗한 후보단일화라고 말해봤자 상대 후보가 “곽노현!! 곽노현이 돈 준 것을 기억하세요!!!”라고 대응하면 끝이다. 후보단일화는 총선, 대선에서도 계속 매수로 매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거를 아마추어로서 치르고 뒷마무리가 허술했던 덕분에, 아마도 앞으로 몇년간 곽노현 교육감은 선거판의 단골 구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퇴해봤자 모든 잘못을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시장 보선은 포기할지라도, 곽노현 후보단일화로 매수, 라는 이 강력한 프레임을 총선, 대선에서는 어떻게 깰 지가 문제다. 후보단일화 자체는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절차로 문제없이 설득력있게 진행할 것인가, 그 것이 지금의 곽노현 교육감 사태가 주는 쓰디쓴 과제로 보인다.

비전문 정치인들인 교육계 인사들이 총선보다 더 큰 규모의 선거를 치르게 만드는 교육감 선거제도 또한 검토대상이다. 교육감 선거 페지 의견도 보이지만 직선제를 포기하기에는 교육청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서 너무 아깝다. 공정택 전 교육감의 비리 등은 교육감 선거가 아니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일이다. 교육계는 그 성질상 공직자로서 정년이 보장되는 이들의 폐쇄적 조직이기가 쉽고, 그 결과 감사 등 내부통제는 무력하기 그지없다. 우리들이 자라면서 학교에서 비리를 보지 않은 적이 얼마나 있나.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 운영에 외부인사들이 이사로 참여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교육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선거에서 평가받게 하는 것이 차선이다. 물론 매끄럽게 선거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은 꼭 필요하다.

사학법이 개정된다면 굳이 교육감을 직선해야 할 필요는 매우 줄겠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