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이 쓴 “안철수의 힘” 독후감.

이 책은 두 권으로 나와야 했다. 머릿말과 맺는말은 빼고 본문이 모두 15장인데 이중 초반 8장은 안철수 비판론자들에 대한 답변이고, 나머지 7장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들에 대한 비판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초반 8장은 안철수가 쓴 “안철수의 생각”의 별책부록으로 붙었어야 했고 후반 7장은 민주통합당 비판서로서 따로 나와야 하지 않았나 싶다.

강준만 교수(이하 직함 생략)의 고민이 이 상이한 두 부분을 한 권으로 묶은 데서 잘 드러난다. “안철수의 힘”이 제목인데 이는 “민주통합당 경선후보들에 대해 상대적인, 그리고 비판들을 이겨내는 안철수의 힘”로 풀어쓸 수 있다. 안철수 자신이 아니라 그의 힘이다. 정확히 말하면 안철수의 지지율, 즉 안철수 현상에 대한 분석인데 문제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거기서 민주통합당과 그 경선후보들에 대한 비판이 시작된다. 안철수가 지지 못할 정도로 흠결있는, 비판받는대로의 인물이 아니다. 현재의 높은 지지율에 타격을 줄만한 공격이 아니라고 말하고나서 그 경쟁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 구조는 결국 강준만이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가 소거법임을 뜻한다.

초반 8장은 안철수가 아닌, 안철수에 대한 비판자들에 대한 글이다. 소거법이라면 일단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의 결격사유를 거론하여 탈락시킨 다음에, 안철수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는 순서로 쓰는 편이 논리적이다. 하지만 강준만은 일단 안철수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는 글들을 먼저 배치해서 안철수에 대한 책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덕분에 첫 페이지부터 대량의 안철수 비판론들을 접해야 해서 읽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머릿말에서 안철수 현상에 대한 관심이 있을 뿐이며 그를 하나의 도구로서 이용하고자 한다는 강준만의 멘트가 없었다면 거대한 답문집 정도로 여길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이는 책의 주제를 독자들의 시선을 안철수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또한 사실상 결과론에 가까운 지지이유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강준만을 본받아 우선 내 입장을 밝히자면, 나는 안철수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가 유일하게 이론적으로나마 인정한 비판(42페이지)인 정당정치를 중시하는 최장집류의 입장이며 이에 더해 대규모 기부로 민심과 관심을 사는 금권정치적 행태 때문에 대선후보로서 부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강준만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현재 한국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기능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고 묻는다. 그리고 그 정당정치가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어그러진 치명적 순간으로 열린우리당 분당을 꼽는다. 이는 그의 말이 옳다. 후반부의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생각하면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정당에서 훈련과 경험을 쌓아 정치적 능력과 지지를 키워나가는 코스는 밟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민통당 경선 후보들에게도 동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나마 손학규, 김두관은 지자체장을 맡아 경험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왜 안철수인가?

지지율 때문이라는 강준만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정치판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이가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를 기존 정치판의 문법으로 해석해서도 곤란하고 틀리다는 이유로 매도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말한다. 불통에 대해서는 박근혜까지 끌어들인다. 어느 정도는, 아니 매우 결과론적인 입장이다. 지지 즉 힘이 있으니 시대의 의지라고 한다. 디지털 문명을 거론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체화로서 안철수의 지난 행적과 발언들을 이야기하지만, 핵심을 정리하자면 바로 지지율 뿐이다. 여기서 강준만은 이미 현실 정치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신의 견해를 강하게 드러낸다. 어차피 기존 정치인들이 불신받고 능력도 없다면 어째서 현재 지지받는 아이콘을 부정할 필요가 있는가,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는가? 어차피 민주통합당과의 연립정권이며 최악의 경우라도 관료들이 받쳐줄 것이다. 이러면서 강준만은 자신의 희망을 다음과 같은 말로 압축한다. “나는 우리 국민을 믿는다.” 물론 나 또한 안철수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들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최장집류가 아니라면 피로증후군 관련 비판 정도만 경청할 가치가 있고 나머지는 들을 가치가 없지만, 그에 대항하는 근거가 지지율이 높고 말하는 이상이 높다는 이유만이어서는 안 된다.

이 결과론적인 근거가 통하려면 기존 정치판에,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통합당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친노에게  더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바로 후반 7장의 시작이다. 가장 최근의 민주통합당 4.11 총선 패배로부터 그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나꼼수, SNS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이 내용들은 틀린 것이 없다. 논할 것도 없다. 그냥 읽으시면 된다. 이념이라 부를 수 없는 진영논리에 갖혀 있는, 행동하는 친노 강경파들에 의해서 어떻게 민주당 내부와 그 지지층이 망가졌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잘 분석한 글은 찾기 힘들다. 또한 멘토는 멘티들이 소비하는 아바타일 뿐이라는 SNS에 대한 비판 또한 탁견이다. 나는 수도권 빈민층의 분리, 폐쇄화가 이 현상들의 원인이라고 보지만, 이 주제는 나중에 다른 글로 다루려 한다. 어쨌든 민주통합당이 직면한 중도지지층의 이탈 – 이는 박근혜도 마찬가지로서 이들은 많은 경우 안철수를 지지한다. – 이 최대의 문제이며 그 원인이 친노의 과격화에 있다는 분석은 옳다. 과격파들의 지원을 받은 이해찬이 당대표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민주통합당은 20%대 지지율을 넘어설 동력을 상실했다.

강준만은 증오의 정치에 매우 큰 우려를 보인다. 특히 이명박과 MB라는 두 단어 사이의 간격을 내보이면서 극단적인 이명박 공격에 나서는 과격파를 걱정한다. 이들은 당내외에서의 활동력으로 민심을 왜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중도층까지 격렬하게 공격함으로서 중도지지층의 이탈에도 커다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포함해서, 중도층을 경멸하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설득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친노 과격파를 포함하여, 이러한 증오시대에 종언을 고하는 것이 시대정신이 될 것이라 말한다. 내 의견이지만 친노의 과격화는 대부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책임이 있다. 해결하기가 매우 난망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강준만이건만 그는 이 지점까지는 적지 않고 민주통합당 바깥에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으로 그 증오시대를 끝내고자 한다.

이러한 강경파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문재인이다. 이 책에서 영남 후보론에 대한 비판 바로 다음에 문재인이 나오는데, 당연한 순서다. 결국 노무현 어게인을 외치는 이들을 비판하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완화정책이 헛다리 짚었다는 것을 지적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중앙 집중과 이로 인한 한국 지역들의 부족화인데 정치적 구조조정만을 통해서는 이의 해결이 불가능하다. 또 하나는 친노 강경파들에 대한 호남의 인식 변화다. 특히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전북에서조차 친노에 대한 반감이 높다는 것은 강준만도 지적했지만, 같은 지역 출신인 나 또한 잘 느끼고 있는 일이다. 문재인 개인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나꼼수, 미권스 등의 친노 강경파인 이상 호남에서 지지를 얻기란 힘들다. 일단은 여론주도층에서만 흐르는 이 기류가 여론조사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흐름이 언젠가 확산될 것은 확실하다. 괜히 호남에서 투표율이 곤두박질치고 박근혜 지지율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는게 아니다. 더 나아가 강준만은 호남인들에게 중앙에서의 집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말고 체제변혁에 나서야 한다는 호소까지 한다. 온라인 극우파들이 호남을 모멸하는 발언을 잇는 것도 호남이 중앙권력에 참여보려고 저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곁들인다. 그렇다. 호남이 지지하는 (그러나 배신당했던) 영남후보론의 폐기다. 호남과 중도층의 지지를 모두 잃으면서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

손학규에 대해서는 매우 높이 평가한다. 다만 그는 친노 과격파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서, 현 민주통합당 내부 경선 통과가 불확실하다고 본다. 강준만의 분석이 옳다. 손학규는 정동영만큼 성큼성큼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충실하게 준비를 해 왔는데, 영남후보론과 친노 강경파 때문에 당내에서조차 주목받기가 힘든 처지다. 분당 보선에서도 승리했고,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나는 보지만, 당내 경선이 먼저다. 김두관은 룰라론에서 높게 평가되지만 무소속이었던데다가 LH공사를 둘러싼 전북과 경남의 충돌에서 (경남지사로서 당연한 일이었지만) 경남에게 완벽한 승리를 안겨줘서 대선후보로서는 힘들지 않은가라고 보았다. 딱히 뭐라 평가할 여지는 없다. 그리고 간략히 지난 대선의 BBK를 답습해 박근혜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매달리려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으로 후반을 마무리한다.

어째서 결과론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의 후보를 지지하는가. 강준만은 맺음말에서 그 이유를 밝힌다. 비상한 상황, 민중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 언제 홍수처럼 세상을 쓸어버릴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대중의 기대와 지지를 받고 있는 지도자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7년에 나서지 않았던 이유로도 읽힌다. 현 대한민국의 정치가 그 기능을 상실했으며 강준만은 실제 혁명이란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체제 변혁이 시급하며, 이를 이끌 수 있는 지도자에게 필요한 힘을 안철수는 가지고 있다. 그를 이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뢰를 가지고 국민을 믿자는 말로 나에게는 읽혔다. 그리고 그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강준만은 책을 끝낸다.

나에게 가장 걸렸던 점은, 그러한 변혁의 기대를 한 인물에게 인격화personalization시켜야 하나? 라는 점이다. 그는 어떠한 조직도 체계도 갖추지 못한 한 개인일 뿐이다. 이게 노무현 때문,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비판과 증오도 이러한 인격화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증오를 이겨내자면서 중도적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한 개인에게 집중하자는 것은, 강준만이 지적한 노무현의 지역주의 해결책처럼 구조적인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강준만도 인정하듯이 안철수는 예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인격화 문제의 예외는 아니다.

안철수의 힘을 도구로서 이용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본다. 안철수를 믿고 그의 힘을 빌려쓰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 개인에게 정치적인 힘을 집중시키는 것은 이나마 이뤄놓은 절차적 민주주의 시스템을 다시 해체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침묵이 높이 평가되고 단지 이미지로만 인기를 얻는 이 인격화가 극단으로 가면 결국 파시즘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새 시대의 총아이자 공동체가 체화된 인물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는 것이 파시즘이고, 이러한 한 개인에게 너무 큰 의미와 기대를 거는 것이 파시즘의 시작이었다. 안철수 개인의 호불호는 제쳐두고 인격화 자체가 우려스럽다.

강준만이 이러한 내 걱정들을 몰랐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승리하기 위한 길을 택해야 한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더이상 망가지기 전에, 홍수가 모든 것을 쓸어버리기 전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것이 아무리 위험한 것일지라도 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강준만의 의지를 보았다. 그는 강하고 결연한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아마도 대선 투표일 바로 전날까지도, 어쩌면 당일까지도 이 책을 옆에 두고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나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 전에 민주통합당 후보경선에 참여하여 손학규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4/27 재보선, 삼색의 후폭풍.

이번 4/27 재보선은 양자구도로 치러졌다. 분당을, 김해을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강원도지사 선거가 특히 그러했다. 하지만 승부를 가른 요인들과 그 파장은 모두 달랐다. 불법선거운동과 후보 자신의 토론 실패, 미숙한 대응으로 엄기영 후보쪽이 자멸한 강원도지사 선거는 향후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정치에 투신할 경우 대선후보급이라던 엄기영 후보의 퇴장뿐이다. 정운찬, 엄기영 등 한나라당 친이계가 발탁, 중용하는 인사들이 계속 몰락한다는 점, 그로인해 친이계 외연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항마 문제는 정권 줄범 직후부터 몇년간 계속 끌고 있는 문제다. 딱히 이번 선거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친이계가 박근혜를 이기려면 예전 노무현 후보가 떠오를 때 수준의 바람이, 폭풍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른 모든 차이를 없앤 결과, 분당을 선거는 물가에서 결정났다. 민주당은 김해을과 순천을 양보하면서 분당을에 집중했고, 이는 한나라당 텃밭에서의 승리로 보상받았다. 참여당, 민노당을 모두 업고 보수출신?의 손학규 후보를 내세워서 민주당은 단순히 反한나라당을 넘어서 反정권표들을, 다양한 취향의 유권자들 중 딱 하나만 인정 못하는 사람들을 모두 끌어모았다. 바로 물가다. 즉 생활고에 지친 사람들은 다른 점에서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는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에게 분노의 투표를 던졌고, 결국 분당을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을 만들어주었다.

이 후폭풍은 엄청나다. 첫째는 수도권 그것도 부촌에서 이길 수 있는 대선주자의 등장이다. 정동영이 지난 총선에서 동작을에서 낙선하는등, 민주당 중진들이 수도권에서 (추미애를 제외하곤) 전멸한 것은 차기 대선주자가 거의 없다는 의미였다. 이번 총선에서는 다를 것이라 기대되지만서도, 강남급의 부촌에서도 경쟁력있는 대선주자의 존재는 그것만으로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누구도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둘째는 후보단일화의 효과를 실감한 것이다. 진보계열의 표들이 빠져나가도, 참여당 지지표가 빠져나가도 분당을에서의 승리는 없었다. 범야권 지지자들 모두가 그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체감한 것은 앞으로도 총선과 대선에서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패배한 서울 중구청장 선거는 좋은 반례다. 승리는 승리되, 어디에서건 아슬아슬한 승리다. 한표한표가 피말리는 접전을 벌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후보들간에 하던지, 아니면 실제 투표에서 자연적으로 이루어든지 단일화는 승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 됐다.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한나라당이 앞으로 이기려면 물가를 잡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이다. 천당 아래 분당에서도 생활고 때문에 진다면, 다른 곳에서는 해보나마나다.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을 내년을 대비하려면 물가대책을 내놓아야 할 판이 됐다. 부동산 가격하락도 문제가 되지만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물가 상승 = 낙선, 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결국 금리 상승, 환율 하락 등 유동성 감소 정책을 써야 하고 청와대는 그러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버블붕괴를 피할 수 없으니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청와대로서는 불가능한 선택지다. 그 경우에 친이계는 박근혜에게 매달려야겠지만, 공주님께는 생활고의 주범인 친이계를 총선 공천권을 쥐고 숙청하시는 쪽이 훨씬 남는 장사라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친이계가 공주님께 쓸모를 증명해보이기 위해서 가열차게 청와대를 들이받을 것이다. 그 결과는 유례없는 레임덕 속에서 그나마 부동산 버블도 못 지키고 물가는 마구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되기 쉽겠다. 그리고 결국 공주님도 그에 발목잡히느냐가 차기 대권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김해을에서 참여당이 이겼더라면, 범야권은 분당을의 승리에서 얻어진 성과로 향후 단일화를 기정사실로 한 채 그 단일후보자리를 차지하려는 기세싸움을 시작했을 것이다. 분당을에서 민주당이 당 대표를 내놓고 한나라당과 총력전을 치르는만큼, 김해을에서는 참여당이 자신들의 경쟁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크게 양보받았기에 이는 더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배신?을 이유로 들기도 하던데, 그럼 더욱 말이 안 된다. 후보단일화를 했을 때 민주당 내 비호남인들의 지지조차 끌어내지 못하면 참여당은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 몇몇 기사에서는 지역구에 대한 밀착이 부족했다고도 하던데, 그것은 정치적으로 무능력하다는 증명일 뿐이다. 참여당, 즉 유시민은 누가 뭐래도 수도권에서 최소 약 6%의 지지율은 갖고 있다. 적어도 10%는 되어야 단일화 후보를 노려볼 수 있으니 영남에서 6%를 더 얻어야 12%로 민주당 지지층에게 어필해 볼 정도가 된다. 이를 증명하려면 영남 국회의원이 필요했다.

유시민은 야권 대통합에서 쓸 카드가 없다. 단일화는 필수적인데, 유시민은 그에 낄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참여당으로 계속 남아있으면 유권자들은 그를 버림으로써 통합하려 할 지도 모른다. 유시민과 참여당이 후보단일화에서 막가파 전략을 쓴 것도 벌써 두 번째다. 총선에서 또 쓰고, 대선에서 또? 과연 그런 떼쟁이들을 그때에도 유빠들은 지지할까? 경선룰에 그렇게 엄격하던 유빠들이다. 과연 연합룰에 대해 강짜를 부리는 유시민을 용납할까. 과연 수도권의 6% 유빠들도 공주님과 민주당 후보의 일대일 대결이 되어갈 때, 아예 사표를 던져서 다시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려고 할 것인가. 그렇다, 이는 비판적 지지론이다. 영남에서 득표력을 증명하지 못한 그가 비지론을 막을 수 있겠는가. 그는 이제 민주당으로 돌아와도 안희정과 이광재 다음에 서야 한다. 유시민은 노무현의 정치적 후계자 자리를 완전히 잃었다.

지지대상을 잃어버린 유빠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유빠들의 존재가치도 수도권을 광범위하게 공략할 수 있어 보이는 손학규의 부활로 매우 떨어진 상태다. 단일화 자체는 피할 수 없다. 비지론에 휩쓸려 민주당 지지로 올 것인가 아니면 아예 투표를 포기할 것인가.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야권의 숙제가 됐다. 일단 민주당내 친노들의 영향력을 믿어보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재보선이 증명한 것은?

문제는 물가야, 이 바보들아!

물가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할 핀치에 몰린 정당이 저물가를 치적으로 자랑하는 전두환 장군의 후계자들이라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