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디폴트: 후폭풍 #2/2

미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미 연방정부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이 디폴트는 부채 상환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그거야 달러를 찍으면 된다.) 정치적 대립에 의한 것이므로 미 연방정부의 파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정해진 일시에 상환되지 않는 일이 생겼으므로 미 국채의 신용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그를 능가하여 새로운 기준이 될 채권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 국채의 신용도 하락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미 국채는 대표적인 부의 저장형태였다. 예를 들어서, 한국 정부는 외환보유고의 많은 부분을 미 국채로 보유 중이다. 달러화표시 한국 국채의 신용도 중 많은 부분이 그 미 국채 보유액에 의존하는데, 미 국채의 신용도가 하락하면 한국 국채의 신용도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연쇄적으로 신용도 하락을 불러온다. 그 결과 자본조달 비용(즉 이자율)이 증가한다. 비유하자면 안 그래도 신용불안이 존재하는 현 경제상황에 가장 큰 버팀목 중 하나가 주저앉는 셈이다. 보유자산의 감소로 인해 부채 비율의 증가는 피할 수 없고, 이는 다시 채권 회수를 불러오고 이는 유동성 악화로 이어진다. 더욱 안 좋은 것은, 이런 연쇄가 순환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또한 미 연방정부는 그 지출을 대폭 삭감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연방정부의 보조에 의존하는 주 정부들의 부채문제가 더 커진다. 이미 연방정부의 보조 및 지원을 감안하고도 몇몇 주 정부, 지자체의 부채문제는 미 언론에서도 우려할 정도였는데 만약 연방정부가 그들에게 어떠한 지원도 못해주는 상황이 온다면? 연방정부 지출로 보증되었던 미 지방채가 그 보증을 잃어버리면 당장 정크 본드가 안 될 수 있을까?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공공 채권은 많은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 문단에서 언급한 신용도 하락 – 유동성 악화의 악순환이 미국 내에서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미 연방정부 지출에 의해 돌아갔던 경제 분야나 소비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도 없겠다.

그리고 2008년에 그 악순환을 물을 타서라도 막아냈던 버냉키 FRB 의장의 양적 완화도 거의 불가능하다. 연방정부의 부채가 늘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양적 완화를 하려면 정말로 달러를 그냥 찍는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미 경제의 종말을 의미한다. 금 본위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티파티가 정치적으로 이를 용납할 리도 없겠다. 결국 어떠한 제동, 완화 장치도 없이 악순환들이 언제 끝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 연방정부 디폴트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사는 순간부터, 사실 미 제국은 그 황혼기에 들어섰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디폴트 맞은 정부가 세계를 제패하는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분명히 채권류의 가격은 폭락하고, 달러 현찰의 가치는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것은 전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던 금융시스템 붕괴의 시작을 뜻한다. 사람들이 현찰을 손에 쥐어야 안심하는 세상은 금융이 죽은 세상이다. 이 폭풍이 어떻게 진행될 지, 전쟁으로 발전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 연방정부 디폴트: 이념전쟁 #1/2

  1. 링크: 오바마-베이너 협상 결렬, 美 ‘디폴트’ 위협 현실화? – 프레시안
  2. 링크: 美초선의원 “오바마 디폴트 위기 ‘거짓말'” 주장 – 연합뉴스
  3. 링크: 사공 많은 美공화당 “도대체 누가 대표냐” – 연합뉴스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을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뉴스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미 의회가 정해놓은 최대 한도를 넘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부채가 그에 달할 정도로 증가해서, 그 한도를 상향시키기 위한 민주당+행정부(대통령)과 공화당간의 협상인 것이다. 만약 부채 한도가 늘어나지 않으면 미 정부는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지면서 채무 불이행, 즉 디폴트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얼핏 보면 부채 한도 증가와 정부 지출 축소는 합의에 별반 문제가 없고, 증세에 관련해서만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디폴트가 거론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티파티(Tea Party)다. 리버테리언(libertarian) 모임인 이들은 정부지출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믿는다. 국방과 치안, 즉 공안만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들의 생각은 링크 2번의 초선의원의 말에 잘 드러나있다. 세수입이 국채 이자를 지불하는데 충분한데 왜 부채를 더 늘려야 하나? 정부가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념이다. 미 연방정부가 디폴트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은 그들에게는 굉장한 호재다. 누가 대통령이든간에 부채 한도와 감세만 틀어쥐면 정부는 많은 작업, 그들이 볼 때는 불필요한 개입을 줄일 수 밖에 없다. 티파티계 의원들은 증세금지에 대한 유권자 공약을 이유로 들지만, 지출축소에 더해 감세까지 지속함으로서 정부지출을 크게 줄이자는 게 핵심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이 추진하는 거의 모든 정책의 중지를 요구하는거나 다름없으니 디폴트가 나서 대통령 자리가 날아가더라도 포기할 수가 없다. 허수아비 대통령이 무슨 소용인가.

티파티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 하원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다음 대선에서도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정치인이라면 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맥케인 등 기존 보수주의자 입장에서는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처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티파티에게는 자신들의 이념을 항구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 결과가 링크 3번의 기사가 보여주는 공화당의 지리멸렬함이다. 그리고 이제는 기술적으로 대통령에게 긴급권한을 주고 그 다음 의회가 정식으로 한도를 올리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는데, 공화당이 하원에서 통과시킨 법안은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티파티의 의견을 억누르고 다른 타협책을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과 티파티. 어느 쪽이든 지는 쪽이 자신의 정책이념을 완전히 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공화당은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단 기술적으로는 디폴트 불사를 외치는 티파티 쪽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디폴트가 나서 연방정부 지출이 완전정지되면 그들이 원하는 상황으로 이끌기 매우 쉬워질테니까. 수많은 부분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민주당 또한 전전 정부때부터의 정책방향을 간단히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결국 미 연방정부가 단기적일지라도 디폴트를 맞게 될 거라고 본다. 이 협상은 사실상 종교에 가까운 이념과 가치관의 전쟁이며, 쌍방 모두 치명적인 정체성을 놓고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말이 맞다. 이 디폴트가 오바마의 대통령직을 날려버리겠지만, 그렇다할지라도 민주당과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티파티들이 원하는대로는 하려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