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명복을 빕니다.

개인적인 연애사로서 사생활로 지켜졌어야 할 사건이 한 여성의 직업적 성취를 뺏고 생명까지 앗아간 것을 보면서 참 착잡하고 슬픕니다. 트위터나 싸이월드 등 SNS에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니었을텐데, 잠깐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스마트폰의 보안에 대해서도 앞으로 많은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심야 등에 SNS에 글을 쓰면, 바로 뜨지 않고 그 다음날 다시 확인하도록 지정하는 기능 등도 추가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무책임한 관음증과 무관심, 폭력성에 대해서도 반성해야겠습니다.

저 세상에서는 가슴 아픈 일들로부터 해방되어서 편히 잠드시길 빕니다.

계승과 변혁의 사이에서: 삼성과 롯데.

올해는 작년 프로야구 4강팀들 중 두 팀이나 감독을 교체했다. 그나마 로이스터 전임 감독과의 단년 계약을 통해서 교체가 예상되었던 롯데에 더해서, 5년 계약 첫해가 끝나고 훈련 직전에 전격적으로 감독을 경질한 삼성이 바로 그들이다.

이제 막 13경기를 했을 뿐이지만 별반 문제를 보이지 않는 삼성에 비해서 롯데는 (자신들이 A급 선수를 둘이나 데려온) 넥센에게도 뒤지는 7위, 3할대의 승률에 그치고 있다. 극초반의 순위야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서도 이미 롯데 팬 사이에서는 양승호 감독에 대한 불만이 높다. 겨우내 준비했지만, 크게 바뀐 야수 수비위치와 투수 운용이 생각보다 원할하게 돌아가지 않는데다 타선조차 침묵하는 탓이다. 특히 불펜의 소모는 우려스럽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대호를 3루에 둘 수는 없고, 박기혁에게만 매달릴 수도 없었다. 탄탄한 선발진과 언젠가는 올라올 가공할 타선의 롯데가 약하다고 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양승호 감독의 롯데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와는 달리 선동렬 전임 감독과 거의 차이가 안 느껴질 정도로 비슷하게 팀을 이끌고 있다. 취임 당시 화끈한 공격야구를 펼치겠다 공언했고 현 삼성 타선에 그게 된단 말인가…라고 우려했지만 그건 모두 프런트에 대한 구라였음이 드러났다. 변화라면 안지만을 선발로 돌린 것 정도?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도 코칭 스탭조차 전임 감독이 전부 선임해놓은, 주어진 팀에 맞는 운영을 하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삼성의 투수력은 정말 가공할만하다. 타선도 세대교체가 거의 끝나서 급하게 실험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들을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수비 코치 출신의 초보 감독은 능구렁이다.

모든 감독들이 취임 첫해, 첫달에는 실전 속에서 팀을 파악하고 통솔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는다. 특히나 초보 감독은 더한데다 두 감독 모두 겨울에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두 감독의 평가는 올 시즌 막판에 가서야 가능할 듯 싶다. 양승호 감독은 급히 세운 대타라는 인식을 깨고 팀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마쳐 가을에 그 힘을 보여줄 것인가? 류중일 감독은 일단 전임 선동렬 감독의 큰 그림을 그대로 이어받았는데, 과연 투수들이 퍼지는 여름과 똑딱이 타선을 잘 관리해서 4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 두 신임 감독이 모두 초보, 그것도 강팀을 이끌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미있는 일인데 둘의 지향점, 전임 감독의 유산을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다. 과연 그 결과가 어찌 나올지, 야구팬으로서 매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민을 까지 마라: 작년부터 야구봤냐?

확실히 이번 시즌 윤석민은 제구가 약간 불안하다. 슬라이더가 뜨면 배팅볼인데, 어제 경기에서 그런 치명적 실투가 몇 번 나왔다. 그 덕분에 인터넷에서는 윤석민을 까는 기아팬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에이스가 아니라는둥, 작년 16연패의 시작이었던 자해 사건까지 들고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윤석민 시즌 초반에 부진한 건 몇 년째 그렇고, 그건 부상 위험 때문에 슬로 스타터이기 때문이기도 한 건데 갸빠들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직구 전력 투구를 왜 안 하냐고? 추운 날씨에 그랬다간 윤석민 아킬레스 건 나간다. 그렇다고 포스트시즌 걸고 죽어라 4위 싸움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전력투구하는 윤석민을 보고 싶다면 포스트 시즌 경기를 보면 된다. 그러면 왜 그가 KBO 3대 에이스이며, 류현진 김광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수인지 알 수 있다. 차우찬과 송은범이 이번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국대에 나가서 미친 투구 레벨을 한번쯤은 보여줘야… ^^; 선발, 롱 릴리프, 마무리까지. 무려 시즌 중에 별 적응 기간도 없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간 적도 있다. 혹사당한다는 류현진도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은 없다. 김성근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김광현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고. 류현진도 김인식 감독 아래서 안정적으로 혹사관리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민은 하필이면 서정환을 시작으로 암흑시대의 (플랜도 없이 혹사당하는) 감독 교체기에 뛰었다. 그 결과, 윤석민은 조금만 무리해도 부상이 온다. 큰 게 아킬레스 건이고, 작은 건 어깨, 팔꿈치… 많다. 우왕좌왕 무리한 걸로 따지자면 봉중근만이 이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석민 어워드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잘 버틴다던 멘탈 평가가 작년에 깨지고, 몸 상태 지키기 위해서 변화구로 맞춰잡을려다 홈런을 맞는 일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고생하면서도 여전히 승리가 필요한 때 떠오르는 선발투수인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로페즈 정도가 그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차우찬, 송은범이면 조금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고. 그런 눈물나는 커리어의 투수를 까지 마라. 작년부터 야구 봤냐? 그렇다면 지난 WBC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을 보고 와서 다시 이야기해보자. 불꽃 투혼? 아무도 신경 안 써주고, 그러다가 영영 훅 갈 수 있는 시기를 거쳐온 투수가 윤석민이다. 훅 간 동료로 한기주가 있겠다. 다시 말하지만 시즌 초반에 몸부서저라 던지지 않는 정도로 윤석민 까지 마라. 그는 존중 받을 자격이 있는 에이스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요약하면.

“크아아아아”

KBO야구단들 중에서도 최강의 투명와이번스가 울부짓었다.

투명와이번스는 졸라짱쎄서 야구단 중 최강이엇다.

차우찬도 정현욱도 눕폇다. 떼로 나와도 두들겼따. 투명와이번스는

세상에서 하나였다. 어쨌든 걔가 울부짓었다.

“으악 제기랄 또 삼진이다.”

사자들이 쫄아버렷다. 투명와이번스가 짱이었따.

그래서 사자들은 잔루산을 세운 것이다.

꼐속.

이라지만, 이젠 1승바께 안 남앗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작년에는 박경완과 김광현이 없는 불투명 와이번스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었어…

그거야 너네들이 공을 갖고 있을 때의 얘기지.

주말에 영화 보는 느낌으로 월드컵 4강전 독일-스페인 경기를 봤는데 그 감상은 다음과 같다.

  1. 독일: 우리는 빠르고 영리한 미드필더진과 월드컵 최강의 스트라이커 클로제가 있지!!! 아르헨티나 상대로 4골이다!
  2. 스페인: 그거야 너네들이 공을 갖고 있을 때의 얘기지.
  3. 독일: 우리의 수비는 정말로 강하지.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는데, 비야라고 별 수 있을까?
  4. 스페인: 90분 내내 공격하다보면 한 골쯤은 들어가지 않을까?

결국 세트피스 상황에서 스페인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독일 수비수들이 뒤에 포진한 상황에서 달려온 뿌욜이 헤딩으로 한 골 넣고 그걸로 경기 끝. 독일 수비진은 경기 내내 비야에게 한 번, 페드로에게 한 번 기회를 줬을 뿐이었다. 정말 포세션 축구 – 패스 돌리기의 진수를 본 듯 한 느낌. 그렇다. 모든 공격은 공을 소유하고 난 다음의 이야기인 것이다.

결국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노리는 두 팀이 대결하는 결승전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이건 네덜란드건 첫 골 넣는 팀이 이길 것 같다. 양 팀 모두 자신의 전술이 뚜렷하고, 초기 전술의 성공으로 첫 골을 얻어내면 경기는 그 흐름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꼭 한 팀을 찍으라면 대진운이 더 나았던 네덜란드. 브라질을 빼면 그리 어려운 상대들이 아니어서 체력적으로나 멘털적으로나 더 여유있을 것 같다. 그리고 뮐러의 결장으로 오른쪽 공격력이 떨어졌던 독일에 비하면 최고의 전력으로 양 측면을 공략할 수 있다. 전반 30분까지 네덜란드가 선제골을 넣으면 스페인도 공격에 나서야 하고, 그럼 스피드 넘치는 경기가 되면서 네덜란드의 3:2 승리가 될 것이다. 만약 늦게 골이 터지면 스페인이 좀더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어쨌든 네덜란드를 찍어본다. 🙂

+ 언제부턴가 우리는 에스파냐를 스페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글 표기법으로는 해당 언어의 발음으로 적고 관습적인 경우에만 다른 이름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미 널리 쓰이던 에스파냐가 영어식 명칭인 스페인으로 바뀌었을까? 미국만이 세계인 줄 아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여서 씁쓸하다.

어라? 브라질이 졌네?

야식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브라질-네덜란드 8강전의 후반전을 보게 되었다. 음… 역시 브라질이 1:0으로 이기고 있군, 라면서 밥을 받아 숟가락을 들고 보니 동점골, 다 먹으니 역전골, 계산 치르고 나오면서 브라질 수비 퇴장. -_-;;; 집에 돌아와보니 네덜란드가 드디어 브라질을 꺾었다는 기사가 떠 있었다.

흠냐, 이번 월드컵은 결승전에서 메시가 미친 플레이를 보여주면 아르헨티나, 아니면 브라질이 우승할 거라 생각했는데 브라질이 8강에서 탈락해버렸다. 아르헨티나가 올라오려면 독일, 스페인을 차례로 꺾어야 할 판이고 독일도 마찬가지다. 만만한 파라과이를 상대해서 올라올 스페인을 찍어야 하나? 그런데 스페인은 토레스가 잉여짓하고 있는게 아무래도 눈에 걸려서, 우승 전력이라고는 생각이 잘 안든다. 네덜란드도 가나-우루과이 중 승자와 맞붙을 것이니 생각보다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왠지 우루과이 우승에 수아레즈 득점왕일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OTL

– 그 와중에 KIA는 12연패.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와중에도 4위를 노릴 수 있는 6위의 성적. LG와 롯데는 뭘 하고 있는거지? -_-;;;

왕의 귀환: 삼성이 FA영입에 나선다.

링크: 삼성, FA영입 전력 보강 선언 from 스포츠서울

엘태균, 슼태균이 아니라 삼태균인가? 이범호도 일본 한신과 돈으로 맞붙을 수 있는 삼성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엘지와 SK가 김태균 영입전에 뛰어들 것이고, 김별명이 돈과 인기를 본다면 엘지로, 우승반지를 원하면 SK로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강의 복병이 나타났다. -_-;;;

삼성 라이온즈는 사실 내년 포스트시즌이 불안한 팀이긴 했다. 올해 4위 경쟁상대였던 롯데는 기본 전력이 탄탄한데다 로이스터 감독이 새로 코치들을 데리고 돌아올 듯 하고, 히어로즈는 부진했던 에이스들만 복귀시킨다면 올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진다. LG 또한 용병투수들로 2, 3선발을 채울 수 있다면 강한 타선을 바탕으로 포스트시즌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이다. 용병 투수 크루세타와 나이트가 안정적이라서 바꾸기 힘든 상황에서 삼성의 전력은 올해보다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거라 봤는데, 역시 삼성 코칭스태프들도 그 점은 인식하고 있었나 보다. 말이 좋아서 FA영입이지, 사실 김태균과 이범호를 잡겠다는 선언과 다름이 없다.

올해 FA시장은 별명과 꽃 때문에 돈의 폭풍이 몰아치게 생겼다. 몇몇 구단 프런트들은 하늘이 노래보일 듯 하다. ^^;;

한국시리즈 7차전, 그리고 시리즈정리.

플레이오프에서 SK는 두산의 중심타선 김현수, 김동주를 꽁꽁 묶었다. 고영민이 분투했지만, 2차전 이후까지 팀을 승리로 이끌 정도는 되지 않았다. 중심타선의 침묵 속에서 두산은 투수들이 무너지면서, 3년 연속 리버스 스윕이라는 대기록의 희생물이 되었다. SK의 전력분석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역시 포스트시즌에서의 상대 타선, 특히 클린업 트리오를 묶을 때이다.

한국시리즈에서 KIA는 김상현이 침묵했다. 홈런 하나가 있고, 환상적인 수비에 하나 잡히고, 애매하게 폴대를 지나간 거 또 하나 등 여전한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시즌 중의 화끈한 공격력은 보기 어려웠다. 최희섭은 아예 컴팩트한 스윙으로 장타보다는 적시타와 출루에 신경을 쓴 반면, 그를 받쳐줘야 할 김상현이 봉쇄된 것은 KIA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나를 비롯한 KIA팬들은 SK불펜들이 지쳐갈수록, 선발들이 떨어져갈수록 후반의 대량득점을 원했지만, 그러한 모습은 정말 나오지 않았다. 이용규를 위시한 테이블세터들 또한 제대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발이 3점 이상 실점하고 후반에 추격하지만 뒤집지 못하는 경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김상현을 뺄 수도 없었다. SK투수진이 언제 구위가 떨어질지 몰랐고, 김상현은 볼넷을 얻더라도 그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되는 타자로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1차전, 2차전, 5차전을 잡은 것은 FC 갸탈리아라고 불리던 그 팀이었다. 로페즈는 한국시리즈 MVP가 되지 못한 것에 소리높여 불평할 수 있다. 부상 후 복귀의 첫 경기가 한국시리즈였던 윤석민도 잘 해줬다. 리그 톱 에이스에게 전력분석은 통하지 않았다. 문제는… SK의 방망이가 먼저 불붙기 시작했다. 구톰슨, 양현종은 잘 해줬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선발만으로 이길 수 있는 투수까지는 아니었다. 박정권, 박재홍은 장타력에서 오히려 KIA를 능가했다. 6차전은 지친 SK불펜을 공략하면서 끝까지 따라갔지만, KIA 타선은 1점을 남겨두고 돌아서야 했다. 시즌 중 해결책이었던 홈런의 부재는 교타자들이 적은만큼 찬스가 2사 이후에 찾아오는 경우에 아쉬움을 남겼다. 5차전의 이용규 개구리 번트는 사실상 시즌 중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플레이였다. 그럴만큼 꼭 쳐주는 타자는 최희섭 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7차전. 바람까지 SK편을 들었다. 하지만 구톰슨-한기주-양현종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에 SK의 타선으로도 1이닝당 1,2점씩 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5회초까지 4점차 리드. 시즌 중이었다면 충분했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던 SK투수진은 신인들에게 무너졌다. 정보력과 분석, 집중력으로 승부하던 투수들과 야수들이 결국 고졸 루키 안치홍과 2년차 나지완을 막아내지 못했다. 흐름상 단타정도로 막았다면 SK가 이겼겠지만, 홈런 3개를 헌납하면서 경기와 우승을 내줬다. 데이터 상으로나 컨디션 상으로나 타격부진이던 이 둘은  SK투수진이 쉬어간다 생각하는 그 순간에, 실투가 나온 그 순간에 홈런을 쳤다. KIA의 V10은 야신이 주목할만한 KIA 타자들을 모두 막아내는 가운데, 조금은 가볍게 여겼을 부진한 루키 둘이서 이뤄냈다. 미세한 틈을 루키들의 힘이 홈런으로 뚫어낸 7차전이었다.

믿을만한 불펜이 1명만 더 있었더라도 SK가 이겼을 거다. 아니, 정대현의 몸상태가 정상이었다면 이겼다. KIA팬으로서, 나는 이번 시리즈 내내 전력이야 어떻든 누가 빠지든간에 SK가 징그럽도록 강한 팀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강해보이던 KIA타선도 집중견제와 신들린 수비 앞에서는 번번히 점수를 뽑지 못했다. SK 와이번스, 그리고 야신의 투혼과 정밀함, 완벽함에 대한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KIA는 7차전에 가서야 자신들의 득점패턴으로 득점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CK포가 야신 앞에서는 불발이었다는 점은 내년 한국시리즈를 위해서라도 보완해야 한다. 불펜 승리조의 보강도 시급하다. 그리고, 나지완과 안치홍이 리그 수준급 타자로 성장시킬 목표가 생겼다. 현 프로야구 최강의 팀은 SK다. 이번에는 에이스와 주전포수가 빠진 SK를 간신히 힘으로 잡았지만, 최강을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어찌됐든 천신만고, 기진맥진 끝에 올해 KBO 챔피언은 KIA 타이거즈. 12년만에 힘으로 V10을 이뤄냈다. KIA팬으로서 정말 기쁘다.

한국시리즈 2, 3, 4차전.

광주에서 2차전까지 잡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인천에서 2연패를 당한 KIA 타이거즈. 잠실에서 3전2선승제가 되어버린 시리즈지만, 아무래도 로페즈-윤석민-구톰슨을 5일 휴식하고 올려보낼 수 있다는 점은 유리하다. 구톰슨이 정 불안하면 양현종을 다시 올려도 되고. 선발싸움에서는 KIA가 강하다. 지친 SK불펜보다 더 확실하게 털리는 불펜과 무기력증의 타선이 문제일 뿐. ;;;

1. 2차전은 단 두명이서 게임을 끝냈다. 윤석민, 그리고 최희섭. 유동훈이 1점 내준다해도 선발이 무실점이면 사실 상관없는 이야기다. 윤석민은 내킬 때마다(=위기마다) 누가 타석에 있던 삼진을 잡아냈다. 최희섭은 이번 시리즈를 내내 전천후 능력을 뽐내고 있다. 진루타, 적시타, 주루 능력에 1루 수비가 내야 수비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신기원을 보여주는 수비까지. SK의 집중견제 때문에 홈런만 터지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KIA는 김태균이 부럽지 않다.

SK로서는 정상호가 하위 타선에서 보여준 폭발력을 얻었고, 불펜이 생각보다 잘 버틴다는 것도 확인했다. 졌지만 나쁘지 않았다. 찬스에서 병살타, 는 후에 KIA가 4차전에서 반복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리즈는 주전들과 페넌트레이스에서 활약 못한 네임드들 사이의 갭이 가장 큰 시리즈 중 하나일 것이다.

2. 3차전은 SK타선이 폭발하면서 구톰슨이 무너졌다. 하지만 지친 SK불펜 또한 긴장감을 풀면 두들겨맞는 수준이었다. 승부를 가른 것은 KIA 불펜. 서재응은 좋은 페이스 중 열올리다 자멸했고, 나머지도 시원찮았다. 테이블 세터-클린업 트리오까지는 KIA가 약간 우세하지만 이날 승부는 하위타선에서 갈렸다. 구톰슨이 재기하느냐 마느냐는 만약 7차전까지 갈 경우, 우승의 향방을 가를 문제가 될 것이다. 구톰슨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KIA의 스윕으로 흐를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SK불펜의 피로도 문제, 특히 윤길현과 고효준이 KIA타선을 봉쇄하지 못한다는 점은 SK가 후반으로 갈수록 피말리게 되는 진귀?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비해서 KIA는 한기주와 이대진을 편한 상황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었다. 박빙에서 믿을만한 불펜이 두 팀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4차전에 KIA는 양현종을, SK는 채병용을 내놓는다.

3. 4차전. 양현종은 잘해줬다. 불붙은 SK타선을 상대로 5.2이닝 3실점이라면 한국 시리즈 첫 등판치고는 준수한 성적이다. 실투로 인한 홈런도 0-3볼에서 크게 휘두른 박재홍이 대단한 것이다. 문제는 타선. 크게 바뀐 타선의 핵, 장성호는 내년 연봉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2번의 병살타로 채병용에게 안식을 주면서 KIA를 피말리는 후반전으로 몰아넣었다. KIA로서는 박재상의 슈퍼 플레이로 잃어버린 김상현의 솔로 홈런, 그리고 8회에 패넌트 레이스 중에서도 한두번 나올까말까한 내야 높은 땅볼에 유동훈이 1점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조범현 감독은 곽정철, 유동훈 필승불펜조를 가동시키고 대타찍기신공으로 역전을 노렸지만 1점차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겨서 우승 향방을 안개속으로 밀었넣었지만, SK는 남은 세 경기에서 불펜운용에 비상등이 켜졌다. 선발은 6이닝을 넘기기 힘든데 필승조도 패전처리조도 모두 기본 2점 이상은 내주는 상황에서, 789회를 어떻게 막아내야 할 것인가. 야신의 야구답게 없는 전력 있는 전력 다 끌어쓰며 원점으로 돌렸지만, 패넌트 레이스에서 가장 든든했던 불펜이 휑한 상황을 맞았다. 2002년 LG를 보는 듯 하다. 여하튼 4차전에서 SK는 수비로 승리했다. 왠만한 애매한 타구는 모두 범타처리하는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은 이번 시리즈 SK의 최고 전력이다.

4. 3전2선승제의 한국 시리즈다. 투수력으로 보자면 KIA는 로페즈, 윤석민 더블 에이스를 선발로 두고 3이닝에 1실점하는 곽정철,한기주,유동훈을 중심으로 한 팔팔한 불펜 필승조가 있다. SK는 카도쿠라, 송은범, 글로버를 선발로 두고 나머지는 3이닝 2점 이상 실점하는 불펜이 있다. 타선으로는 KIA는 김상현의 한방은 여전히 기대할 만 한데, 하위타선에서 답이 안 나오는 상황. SK는 평탄한 하이레벨, 굿 컨디션의 9인이 있지만 상대는 리그 톱 레벨의 더블 에이스다.

더블 에이스를 내세워 2연승으로 끝내야 하는데 침묵타자들이 넘쳐나는 KIA. (7차전 선발자리에 답이 없다…) 어떻게든 두 에이스 중 하나를, 3점차 이상 차이나게 무너뜨려서 수비로 막아내야 하는 SK. 대타찍기는 신, 타선 조정에는 젬병 + 방망이 없이 방패 두개만 든 조갈량과 마른 걸래 끊어지지 않게 쥐어짜기 일인자 + 비어버린 벌통과 침묵하는 박정권을 들고 우승해야 하는 야신. 달감독도 오르지못한 경지에 올라있는 두 감독의 싸움이다. V10이자 100% 한국 시리즈 승리냐, 에이스와 주전포수 빼놓고도 리그 통산 4번째 3년 연속 우승이냐. 어느 쪽이든 이기면 전설이다.

5. 내일, 아니 오늘 5차전은 로페즈가 키 플레이어다. 하지만 김상현-박정권 중 어느 쪽이 먼저 터지느냐, SK가 언제부터 체력의 부담에 흔들리느냐 또한 승리의 향방을 가를만한 요소들이다. 4차전 9회초 나주환의 에러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고 생각해본다. 카도쿠라의 제구빨이 오늘도 싱싱하게 타자들을 홀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변수가 너무 많은데다 모두가 치명적일 정도로 두 팀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KIA타선이 침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놔, 이제 슬슬 감각이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 아, 우리 KIA… 올해 팀타율 꼴찌였다. 그러고도 1위였으니 구톰슨 욕하지는 말아야겠다.

6. 최희섭은 이번 시리즈에서 자신이 KBO에서 세 손가락 안의 타자임을 증명했다. 홈런, 팀 배팅, 진루타, 주루 플레이 모두 1급이지만 특히나 1루 수비는 감동할 레벨이다. 리그 제일 돌글러브 3루수와 루키 2루수를 안정시켜주는 + 왠만한 1루 강습타구는 더블플레이 되기 쉽상인 수비라니. 지금의 최희섭은 김태균, 이대호보다 낫다. 올해 우승하고 일본에서도 그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 사실 윤석민과 함께 이번 한국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플레이어. 종범신과 함께 둘이서 KIA타격을 지탱하고 있다. 이현곤도 살아나고 있고.

神!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제1차전. 뭘 더 원하십니까. 우러러보던 그 분께서 오셨습니다.

神!!!

사실 신님과 함께 승부를 낸 것은 “뭐여, SK가 수비하는 거여? 지금 몇회 초인감?”라는 생각을 들게 한 막강한 수비력에 더해 베이스 러닝(조갈량 선생께서 얼마나 애들을 굴렸는지 알게 해주시는…)이지만, 누구도 신께서 돌아오셨음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한국시리즈에의 종범신의 귀환을 경하드립니다. 그와함께 저 포쓰를 몇년만 더 유지하시면 半神의 반열에 오를 듯한 기세의 장어 주장도 축하드립니다. (박경완 후임은 정상호 아니겠습니까? 한성 럭키금성에는 유망주가 쑥쑥 크고 있다고 합니다.)

– 이에 더해서, KIA 내야의 절정이자, 1루 수비가 팀의 내야 수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신 최희섭 선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김상현과 함께 보여주신 베이스러닝은 정말 레알 멋졌어용. 이것이 기럭지 파워!!

– 하나 더 하자면, 4-5번에 대한 KIA 황 타코의 무식한 작전 – 쫌만 맘에 들면 무조건 휘둘러!!! – 에 SK투수들 모두 겁 먹은 듯. 사실 대놓고 뱃뜨 풀파워로 돌렸는데, 빗맞고도 외야 깊숙히 날아가면 누가 후덜덜하지 않겠냐능… 2-0에서 볼넷 내준 고효준의 심정을 알겠다능. 기다리긴 쥐뿔이… 지금의 최희섭-김상현이라면 대놓고 휘둘러도 카도쿠라든 고효준이든 감히 스트라익 존에 볼을 못 집어넣던데. 역시 테크니션은 힘으로 때려잡는 거라능. 진리라능.

– 캐넌의 은퇴선언도 뭉클했지만, 캐넌보다야 신님이 우선. 캐넌은 종범신 다음에서나 원 이루시고 은퇴하삼. (이럼 SK팬들한테 칭찬받을듯?;;;; __)

– 로패주의 힘빨에, 가도구라의 제구빨에 각 타선이 밀려서 모두 짜내는 점수 위주의 플레이를 했는데, 역시 경험의 종범신 덕분에 이긴 1차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SK불펜이 언제쯤 회복하느냐가 시리즈 향방을 결정지을듯. 김성근 감독님도 인천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셨으니, 역시 희망의 땅 인천…에서 V10의 향방은 결정이 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