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근대화에 대한 단상.

– 예전에 써놓고 공개하지 않았던 글인데, 그 때는 더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괜찮겠다 싶어서 공개합니다.

조선-한국의 근대화 논의를 보면서, 나는 혜초 선사와 소중화(小中華)를 떠올린다. 우리나라 제헌사(헌법 제정 역사)를 보면 독일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승만이 (말그대로) 깽판을 쳐서 그렇지, 제헌 헌법 초안들은 후일 독일 기본법(독일헌법의 정식명칭)보다 나은 부분이 있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부분들이 많았다. 이는 일본이 패전후 메이지 헌법을 국민주권주의에 입각하도록 바꾸질 못해서 맥아더 휘하 극동사령부가 사실상 현행 일본 헌법을 작성했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학문적 깊이야 일본에 비할 수준이 아니었겠지만, 최소한 조선인들은 현대적 헌법을 스스로 (독일 이론을 베껴오던 어쨌든 간에) 작성할 정도의 역량은 가지고 있었다. 신라의 혜초 선사는 천축에 가서 불법을 배웠고, 조선은 소중화를 외칠 정도로 유학을 번성시켰다. 그러한 전통 속에서 한국은 독일에서 직접 법학을 배워온 학자들이 독일이론에 입각해 헌법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한국인들은 지주-자산가 계급일수록 유학 보내기에 열을 올렸는데, 유교적 전통이 파괴된 식민지 조선에서 그 대상은 일본을 통한 서양 문명이었다. 광복 후 이는 미국으로 강력히 집중된다. 구 일본제국은 한반도에 이런저런 인프라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관동군으로부터 인적, 정신적으로 승계된 군사국가주의문화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다. 박정희는 식민지 조선을 만주국 스타일의 공업군사국가로 개조해갔다. 그렇다 할지라도 한국은 광복부터 지금까지 小美國을 지향하는 국가로 존재하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거의 모든 인프라가 파괴되었어도 인재와 지식은 남아있었고, 능력이 되는 이들은 미국으로 수도 없이 유학을 떠나고 문물들을 들여왔다. 다녀오지 못하는 이들은 군수지원이든 기독교 선교사들이든 쓸 수 있는 연줄은 모두 동원해서 미국을 배우고 따라하는데 열중했다. 결국 한국의 현대사는 만주국을 지향하는 관동군 문화와 소미국을 지향하는 민간인 문화의 격렬한 충돌사라고 볼 수 있겠다.

태안은 누가 책임지는가.

링크: [사건과 사람] 채 안가신 오염 후유증… 그래도 바지락밭서 희망을 캐다 – 한국일보

4년이 지난 지금도 태안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다. 눈에 보이는 곳들은 기름이 닦였지만 깊숙히 스며든 기름들이 완전히 제거되었을 리 없다. 그 생태적 영향과 주민 건강의 악화를 정확히 산정하기 힘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지도 않다.

나는 다시 묻는다. 누가 이익을 보기 위해서 태안을 망가뜨렸나? 왜 언제나 들려오는 업무방해 손해배상 이야기는 태안에서는 들려오지 않는가. 이 나라는 돈은 누가 먹어버리고, 국민이 그 똥을 치우고, 주민이 그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국가인가.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환빠에 대한 단상.

환빠들은 리메이크다. 나찌 독일의 순수 아리안족 가설이나, 구 일본제국의 신국(神國)사상을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지적 조상이나 다름없는 일본 식민사학자들과 그 후계자?들을 끔찍히 미워한다는 점이다. 동족혐오라는 단어의 용례로 딱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또한 나찌들과 똑같이 광대한 영토와 군사력, 위대한 민족을 칭송하면서 그 것들을 빼앗고 억누른 외부의 적들을 증오한다. 이러한 판타지 제조업자들은 역사적으로 산처럼 많은데, 어느 정도는 신화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정리가 되어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트로이의 발견처럼 신화와 전승이 사실로 밝혀질 수도 있다. 그런 전승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히는 것 또한 역사이지만, 역사를 재료로 판타지를 창조하면서 역사라고 믿으면 곤란하다.

환빠들보다는, 그들 같은 과거복구사업?자들이 등장하는 배경이 더 우려스럽다. 보통 저런 사업은 한 집단의 생존이 위협받거나, 억압당하다가 힘이 생겨 분출하고 싶은 욕구가 강할 때 자주 일어났다. 주자의 성리학 이론이 송나라의 멸망위기에서 나와서 중화민족의 전통에 대한 회복을 꾀한 것이기도 하고, 일본의 신국사상 또한 메이지 유신 성공 이후 열강에 오르면서 널리 퍼졌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현재 대한민국은 후자에 가깝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그러한 사조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폭력의 사용이나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전체주의적 사회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현대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 축에 들지만, 주위 국가들이 세계최강급…이어서 오히려 외부에 대한 폭력보다는 우리 사회 내부에 대한 폭력이 더 걱정된다. 환빠들이 당장 고토회복을 위해 중국을 공격하자는 말은 하지 않지만,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이들을 매도하고 인터넷을 정복?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자주 보인다.

환빠들이 신화와 전승 수준, 적어도 가설 수준에서 망상놀이?를 즐긴다면 나도 동참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복구?해야 할 역사라 믿고, 남들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당연하게 나타날 수 있는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본질적인 폭력성과 분출욕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쾌한 승리선언.

링크: 아우슈비츠에서 춤을 – YPRF(청년혁명전선) 사령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아담 콘(Adam Kohn)씨가 바로 그 현장, 아우슈비츠에서 후손들을 이끌고? 춤춘 동영상이 화제다.

자신들 유대인을 멸절하려 했던 나찌들에게, 살아남은 노인께서 후손들과 함께 통쾌한 승리선언을 하셨다. 너네들은 멸망했지만 나는 살아남아 이렇게 우리들은 번창하고 있다!! 어떠한 장소에서 신전적 오오라를 뺏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의미가 있다. 더이상 우리 사회는 그 곳에서 놀아도 괜찮을 정도로 완전히 극복했다는 증거일테니. 부디 오래도록 나찌든 네오나찌든 누구도 대꾸 못하는 승리선언으로 남아있길 소망한다.

– 다만 그 곳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한 분들의 유족들께는 마음아픈 동영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 언젠가는 팔레스타인 지구에서도 누군가의 가족들이 저런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되길 빈다.

+ 때때로는, (증)손자가 할아버지(할머니)에게 “할부지, 엣나레 여기서 할부지 아팠쪄요?” 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그 할아버지는 승리자가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손자이기도 하니까. Circle of Life는 위대하다.

중국의 알박기가 시작됐다: 북한은 무엇을 팔 것인가.

중국이 북한에게 100억불짜리 경제투자를 약속했다. 이전까지 중국은 적극적 지원보다는 붕괴하지 않을 정도만 주면서 관리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렇게 화통하게 나오다니. 과연 북한은 중국에게 뭘 해준 걸까? 이 기사를 보자.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동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과 맥이 통한다.

– 위 링크 기사 중에서.

급전 땡겨쓰기용 립서비스로 생각했는데, 중국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 처음에는 김정일이 북한이 붕괴 직전이라고 협박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압록강 유역에 증강시키거나, 달러/원유/식량을 현물로 부어주지 이런 생색내기 대이벤트를 마련하지는 않는다. 일단 현물은 북한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다. 북한이 붕괴한다면, 이런 대규모 투자계약은 휴지조각이다. 무엇이 후진타오에게 100억불을 한방에 베팅하도록 했을까? 중국은 북한이 안전하고 UN제제는 머지않아 풀릴 것이며, 이런 투자가 문제없이 진행될 정도의 상황이 올 거라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 첫째는 북한이 핵을 팔기로 결정을 내렸다. 100억불은 중국이 선심쓰는 착수금 성격이라는 이야기. 최종 가격을 두고는 여러 이야기가 오가겠지만, 현물 공여가 아닌 투자인 이상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고 북한의 핵판매 자체는 이에 구속된다. 결과적으로는 남한은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은 피하는 결과가 된다. 다만 나중에 끼는만큼 일본과 함께 바가지를 쓸 각오는 해두어야겠지만.

두번째는 21세기판 가츠라-테프트 조약이 맺어진 경우. 미국이 북한을 확실히 중국 세력권으로 인정한다면 중국의 이 투자는 명쾌하다. 북한이 붕괴하지 않는다면 선점 투자인 것이고, 붕괴한다고 해도 이 투자를 훼손할 수는 없다. 남한조차 중국의 기득권을 손대지는 못한다. 미국만이 가능한데, 그들에게 양해를 얻었다면 이 투자를 건드릴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여차하면 인민과 자본의 안전을 명분으로 인민해방군을 진주시켜도 되고, 북한 인민들에게 이미지 선전도 되고. 100억불 정도면 알박기 치고는 무척 싸게 먹히는 장사다.

북한이 핵을 팔든, 알박기를 당하든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순간에 통일은 지난한 작업이 된다. 남한의 여론이 안전한 분단을 선택한다면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휴전선의 북한인민군보다 국경의 인민해방군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북한이 핵을 팔게 되면 이는 전략적 무시정책의 성과!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대한민국 안보에 장기적으로는 최악의 결과다. 우리는 여차하면 서울에서 100km도 안 떨어진 곳에 중국이라는 초강국을 이웃으로 두게 될 테니까. 입맛이 쓰다. 개로왕 때의 백제 꼴이 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든 수도를 남쪽으로 이전해야 할 것이다.

서울의 문제: 너무 좁다.

한국경제나 매일경제 – 한국의 경제지 – 는 둘 중 하나는 꼭 읽어야 할 신문이다.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조중동과는 달리, 독자층을 타겟팅할 수 있어서 돌려말하거나, 선동하는 내용 없이 재벌/정부의 논리를 깔끔하게 펼치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외칠 때, 그 이유와 효과들을 잘 정리해놓은 내용들이 필요하다면 경제지의 특집기사나 주간지들을 잘 읽어보면 대부분의 내용이 나온다. 슬프게도, 뉴욕 타임즈나 르 몽드의 역할을 한국에서는 경제지가 하고 있다.

그들이 강하게 외치는 테마 중 하나가 서울 메가폴리스다. 수도권을 통합해, 도쿄, 뉴욕, 상하이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초거대도시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또한 이 맥락에서 이야기 된다. 하지만, 실제 뉴욕, 도쿄에서 지내본 내가 말할 수 있는 의견은…

되면 좋다. 하지만 서울은 너무 좁아.

이다. 30층이 넘는 도쿄 신주쿠의 스카이라운지 식당에서 바라본 도쿄의 야경은 지평선!까지 불빛이 이어져 있었다. 뉴욕의 경우에는 뉴 저지(New Jersey) 주의 베드타운에서 맨해튼까지 계속 시가지가 이어진다. 고속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뭐가 없을까? 산이 없다. 20층의 양재 빌딩에서는 남산도 보이고, 날씨 좋으면 북한산도 살짝 보인다.

수도권이라 부를 수 있으려면 북으로는 의정부, 남으로는 기흥, 동으로는 이천까지가 한계일텐데 거기까지 가려면 산 많다. 구릉지대다. 경기도에 거주하려면 가장 힘든 것이 출퇴근 시의 교통지옥인데, 전철을 깔려 해도 터널 공사비용 때문에 감히 지을 수가 없다. 거주문제는 고층 아파트로 때울 수 있다고 치자. 공장은 문제가 심각하다. 대규모 단지가 불가능하다면 각 공장끼리의 물류는 원활해야 할 텐데, 현 상황은 수도권 내부는 커녕 부산으로 보내는 차편이 물류비를 잡아먹는 상황이다. 이천 공장에서 일할 때, 가장 지겨웠던 것은 간선도로에서 막혀서 부품이 안 올 때였다.

이러한 태생적인 비효율 구릉지대의 분지지형에 있는 서울. 이미 분지는 다 채웠다. 그럼에도 인구 1000만이 넘는 순환계질병 중증의 도시를 도쿄, 뉴욕, 상하이에 경쟁하는 메가폴리스로 만들자고 외치는 그들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세종시처럼 충청도 남부 지대에 거점도시를 하나 더 만들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로 서울과 직결하는 쪽이 더 낫다. 그럼에도 나오는 방안이라는 것은 거대지하도로 같은 것들이니… 차라리 4대강을 포기하고 경기도의 모든 산들을 깎아내겠다면 그게 나을 것이다.

토요타 리콜: 카운트다운

이번 토요타 가속페달 리콜은 애매모호하다. CTS사(페달 메이커)가 문제였다면 왜 그 회사가 납품하는 포드와 혼다에서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페달이 끼였다면 브레이크를 밟고 옆으로 발을 끼워넣어 끄집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풀 악셀 전개였다고 해도, 풀 브레이킹을 건다면 몇 마일 만에 시속100마일(160km) 이상까지 가속이 가능한가? 그 이전에 브레이크에서 불 안나나? 미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은 엔진의 전자제어 이상을 의심하고 있는 듯 하다. 리콜 자체도 NHTSA 직원들이 일본 토요타 본사까지 가서야 이뤄질 수 있었다.

거기에 토요타는 프리우스 브레이크도 리콜하기로 했다. 이것도 미국, 일본 양국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 1월 생산분부터 문제를 해결했다면서도, 단지 느낌의 문제라면서 리콜을 회피하려 했지만 여론전에 두 손 든 셈이다. 가속페달 리콜 때문에 더이상 토요타는 여론에 버틸 수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나는 리콜보다도 그 후가 관심이 간다.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을까? NHTSA와 미 의회 등이 의심하는 것처럼 전자제어의 문제는 아닐까? 리콜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는 최악의 경우, 토요타는 정직함에 더해서 기술력까지 의심받는다. 품질로 북미를 평정한 토요타에게는 악몽이다. (결함을 미리 알고 있지 못했다는 토요타의 주장을 믿는다면) 이번 리콜은 충분한 기술적 준비와 테스트도 하기 전에 실시된다. 토요타는 결함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려 했으니,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 즉 바로 실전 투입이다. 거기다 언론과 소비자들은 리콜 후 조그마한 문제가 일어나도 바로 방방곡곡 떠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차들이 1천만대가 넘는다. 토요타의 명줄을 쥔 채, 자동차업계 사상 최대의 실전 테스트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 렉서스는 벤츠에 버금갔던 명성을 영영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고가 난 차가 토요타 브랜드가 아니라 하필이면 렉서스 ES였다는 것은 렉서스의 프리미엄성을 시궁창에 쳐박았다. 특히나 렉서스 급발진으로 생명을 잃은 일가족의 911 통화가 미 전역에 방송되면서, 광고든 홍보든 뒤집을 수가 없게 되었다. 토요타 브랜드는 가격 인하 등으로 상품성을 높이면 어느 정도는 회복할 수 있겠지만, 고급차를 사려는 부자들이 화려한 전력?을 가지게 된 렉서스를 살까? 그 전화음성을 떠올리면서도? + 옆에는 몇 천 달러 정도밖에 차이 안나는 안전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 딜러가 있는데도? (차 사이즈는 ES, RX의 경우에는 좀 작아지겠지만.)

경쟁회피의 대물림.

링크: “3000만원 줄게…” SAT 은밀한 거래 – 한국일보

태국에서 치른 SAT문제를 빼내서, 시차를 두고 미국으로 전송한 강사와 한국에서 문제를 빼돌려 기출문제를 확보한 강사들의 뉴스를 보면서, 만화 OL진화론의 한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취직 빙하기에 시달리는 딸에게 아빠가 낙하산 자리를 만들어줬다. 자기 실력으로 이겨낸다며 거부하는 딸에게 부모가 하는 말이, “사실, 네 아버지도 낙하산이었단다.”. 시험치기 하루 전에 미리 그 문제를 받아본 아이들이 문제없이 대학에 입학했다면, 그들은 자녀들에게도 똑같은 특혜?가 주어지길 원할 것이다. 강남 학원가에 돈을 우겨넣어서 어떻게든 해내도록 만드는 것은, 기실 내리사랑?의 한 모습일테니까. 그건 옳지 않다고? 그럼 그 사람들은 대학 졸업장부터 모두 반납해야 할 처지인데, 그걸 용납하겠는가. 원죄를 짊어진 것과 같다. 그렇게 경쟁회피와 부정은 대물림된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과연 SAT에만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강남 학원가를 너무 얕보는 게 아닌지 싶기도 하다.

이것저것 이야기들 정리.

요즘 이것저것 바빠서 포스팅이 정말로 뜸합니다. ^^;; 이야기할 주제들이 없는 것은 아닌데, 시간이 잘 안납니다. 한꺼번에 몰아서 정리해봤습니다.

1. 정운찬 총리는 이미지 팔아서 총리직 얻어낸 총리가 되었다. 한방에 중도실용과 지지율을 되찾아 왔으니 MB는 대박을 쳤다. 총리는 장사 밑천을 모두 털어넣었으니, 한 동안은 정권의 오빠?들에게 잘 보이게 몸사리고 있어야 할 처지다. 강만수-윤증현의 관료라인을 이성태 한국은행장과 같이 견제해주길 바랬는데, 청문회 기간 중에 얻어맞은 데미지 때문에 불가능할 듯 하다. G20 회의유치와 한은법 개정 때문에 이성태 행장도 강하게 금리인상을 외칠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 어쩌면 우리는 DJ의 카드사태, 노무현의 부동산광풍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버블사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런 면에서 G20 유치가 기뻐할 일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대권주자로서 세종시 문제로 충청도를 잃어버린 정운찬은 링에 올라가지도 못할 것이다. 깨끗하지도 않고 MB에 가려 능력을 보일 기회도 없을테고, 무엇보다도 한나라당 적통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얼마나 출신-지역이든 계급이든-에 민감한지는 MB가 지명한 이귀남에 대해서 보이는 태도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사실, 한나라당이 정말로 이것저것 용광로처럼 인재를 흡수해서 잘 써먹었다면 민주당 집권도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땡전 한푼없는 굴러온 돌에게 대권주자 자리를 준다? 총리에서 물러난 후, 정운찬에게 무엇이 남아있겠는가.

2. 오바마가 자국 건강보험 개혁에 올인하고 있는 동안 북핵 문제는 지지부진하다. 꼭 북핵이 아니더라도 국제문제 중 경제문제를 빼고는, 지구가 멈춰있다는 느낌이다. 일본에서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관료들과의 전쟁에서 하토야마가 승리할 가능성은 … 음… 차라리 오자와 총리였다면 모르겠지만 힘들다고 본다. 북한이 판을 흔들어봤는데, 미국은 현재 국내 문제랑 경제적 국제협력에만 바쁘니 가시적인 효과는 없었다. 그 틈을 타고 남한이 끼어들만한 여지는 늘었다. 일본도 정권교체 때문에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을 터이니까, 당분간 북한은 남한이랑 놀아야할 처지다. 이제 슬슬 MB정권도 반을 지나고 있으니, 북한과의 대화로 뭔가 업적을 남길 유인도 커졌다. 그런 면에서 언론에서 통일부 관료들의 발언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정부 내 역학관계에 있어서 상당히 생각해볼 만한 소재다. 일단 통일부에는 지난 10년간의 노하우를 가진 이들이 있으니까, 경험(과 생각) 없는 청와대에서 뭔가 성과를 내보고 싶을 때 당장 부려먹기 편하다. 지난 정부 조직개편 때 통일부를 남긴 것은 MB정권 기간 동안 민주당 최고의 승리일지도 모른다.

3. 8세 어린이 성폭행범 관련해서 세상이 시끌시끌한데, 법공부하는 입장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심신미약으로 필요적 감경(꼭 반으로 깎아줘야 한다)을 했으니, 실상은 24년형이다. 유기징역이 최대 25년까지 가능하니 재판부로서도 최대한을 매긴 셈이다. 무기징역도 필요적 감경을 거치면 15년형으로 감형된다. 정확한 사실관계 – 얼마나 술에 취해있었나 -가 알려지지 않아서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여론이 많은 듯 한데, 이는 보통 의학계의 조언을 듣기 때문에 감경여부는 재판부 재량일지라도 재판부가 마음대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정책적으로는 술만 몽땅 취하면 무조건 반으로 깎아준다네~라는 인식을 퍼트리고 있는 듯 해서 매우 곤란하겠지만서도. 개인적으로는 재판부가 피고인의 나이 57세에서 69세까지 복역한다는 점에 대해서 고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범인이 좀더 젊었다면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아그라도 듣지 않을 때까지 복역시킨다고 생각해보면 재판부의 판단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형벌(과 전자발찌 같은 보안처분)은 기본적으로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12년의 징역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여러모로 부족한 형량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형벌은 피해자의 피해를 보상해주기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근 70세까지 복역시키는 목적은 재발(범인이 하든, 딴 사람이 하든)방지에 주된 목적이 있다. 술을 아무리 처먹었더라도, 민사소송에서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법원이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 손해배상을 크게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철저한 징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크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전자발찌 같은 보안처분과 신상공개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아질 것이고 빠르게 확산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아동보호에 대해서 이번만큼은 나도 보안처분과 신상공개의 강화를 찬성할 수 밖에 없다.

4.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남아있는데,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 위의 주제들도 나중에 좀더 정리해서 써 보기로 하겠습니다.

촛불 2.0 – 바보들이여 죽지마오.

광우병, 미국 소고기라면 간단해보이지만, 정말 그럴까? 정리해보자.

  1. 일단 한미 통상-검역 문제가 있다. 무얼 어떻게 수입-수출할까 하는.
  2. QSA건 EV건 소비자 선택까지 검역에서 걸러줘야 하는, 믿을 수 없는 영세화되어 있고 불투명한 한국의 육류 유통구조.
  3. 미국에서조차 문제삼는 미국 소고기 품질 문제.

1번은 국제문제, 2, 3번은 양국의 국내 문제다. 촛불앞에서 이것들이 복잡하고 기괴하게 얽혀버린다. 민간, 정부, 국제문제가 뒤섞인 이 문제는 이번 정부의 해결책에서 그 모순을 폭발시킨다.

그 해결책이라고 한국 정부가 내놓은 안은 정말 기괴한데(정말 이건 김종훈 본부장의 하이레벨 잔머리가 빛난 작품이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QSA 민간인증 제도의 내용을 지정하고 미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보장한다는 거다. 이상하지 않은가? 민간이면 민간이고, 정부보증이면 보증인거지 민간보증을 정부에서 지정하고 그걸 상대방 정부에서 간접적으로 보장? 시장에 맡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가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누구도 감시, 컨트롤하지 않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차라리 한국QSA 프로그램이 아니라, 미국 국내용 QSA 프로그램을 클리어한 것들을 수입한다면 믿겠다. 그건 최소한 미국 소비자에 의해 테스트될 테니까. 도대체 누가 한국수출용 QSA 프로그램에 신경이나 쓰겠나? 자기 먹을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 정부가 민간인증에 간섭이나 할 수 있겠나? 당신은 우리나라 정부가 한국규격으로 된 중국자동차협회 수출안전인증 받았다는 중국정부 확인만 받아다준 그 충돌 테스트 간지 좔좔 흐르는 중국차, 믿고 살 건가? – 뭐, 괜찮기도 하다. 어차피 자동차 사고, 그것도 사망위험이 있는 사고는 매우 적게 일어나지 않지 않나?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 머. 우리가 중국에 한두푼 수출하나?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는 대통령 말씀, 지당하신 말씀이다. 사실 시장에서 정확하게 구입할 수만 있다면 미국 소고기가 아니라 영국 소고기라도 못 먹을 건 또 무어겠는가? 문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입만 되면 미국 소고기가 학교 급식을 비롯한 식탁에 오를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안그래도 홈에버에서 벌써 호주산이라 한 다음에 호주산 갈비뼈에 미국산 살코기를 뽄드질해 붙인 고기가 발견되서 난리가 났다. 한정식집도 떡갈비하는 자기네 고기가 어디껀지 모른덴다.

근데 이 문제, 과연 미국산 소고기를 막는다고 될 문제인 건가? 그럼 항생제 몽땅 먹이고 4만원만 주면 앉음뱅이 소도 수의사가 도장 찍어주는 한우는? 이거능 안전한 건가? 어디산인지 신경도 안 쓰고 알 수도 없는 식당과 유통업체, 한우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이해한다, 돈없는 작은 식당과 영세한 유통업체, 위기에 몰린 차칸 한우농가를 어찌 패겠나. 간단히 가오 안 스잖나. 정의의 사도들이 어떻게 가련한 그들을 패겠냐? 안 그래? 그 덕분에 세상물정 모르는 대통령 말씀은 묻혀 버렸다. 해결의 핵심 쟁점 – 시장이라면 투명한 시장을, 정부라면 정직한 정부를 – 도 같이 묻혀버려서 해결책이 안 보인다는 것에 정말로 묵념이다.

앞에서 말했던 국내 – 국제 – 검역 문제가 엉키는 문제가 바로 이거다. 우리도 한우가 안전하다 말할 근거가 없다. (일본애들이 이건 잘했다.) 그렇다고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자니 나도 모르게 미국에서도 위험하다는 그걸 먹을 것 같다. 그러니 촛불시위가 일어난 건데… 이걸 해결하려면 미국의 소고기 품질에 대한 모니터링 향상과 한국 내 육류유통의 투명화라는 각국의 내부문제가 바로 걸린다.

정의의 시민들은 영세한 국내 업체와 농가들은 못 건드리겠고(폼나는 도시민이 이기적으로 보이잖아?), 그렇다고 거대한데다 저 멀리 있는 미국 육류업체들과 싸울 맘도 없다. 그러니 만만한? 이명박 정부만 두들겨 팬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인기 잃을 짓은 많이 했다.) 이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재협상을 한다고 하든 상관이 없다. 무조건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에 그 이하 뼈랑 내장은 수입하지 말자는 건데… 무슨 정부가 한우에 대한 데이터도 없이 미국한테 할 말이 있겠나? 미국 소고기가 위험하다는 말을 하려면 일단 한우농가를 까야 한다. 필자는 한우농가를 먼저 까고 시작하자는 거에 대찬성이지만, 여러분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데이터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필자는 촛불을 들고 나선 사람들을,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도 나가는 사람들을 경애한다. 물론 그들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식 내부에 깔려 있는 영웅심리와 군중심리 – 우리는 옳다! – 를 고려하더라도 그들이 차카고 행동력 있는 시민들이란 것은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슬프다. 이 사랑스러운 바보들이 출구 없는 곳에서 결국엔 포위당해 모두 죽지 않을까 걱정이다. 제발 좀더 생각해보고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약해 보이는 이들이라도 깔 건 까고,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어떻게 잘 먹고 잘 살 것인지 생각하고 갈 수 있는 길을 이야기해봅시다. 촛불 2.0으로 갑시다. 사랑스런 바보들이여, 제발 죽지 마오.

– 마지막으로 민주당. 등원해서 공안 라인이 살아나고 있는 경찰이랑 검찰 견제 안 할 거면 손학규가 이명박을, 나머지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하나씩 껴안고 논개삘로 여의도 앞 한강물에 몸 던지면 또 누가 아나? 한강 용신께서 감동하사 메시아 하나 내려주실지. 그래도 메시아 계신 청와대 앞에서 악의 집단이 촛불시위한다는데 한 표. 쯥, 어떻게 60년대 민주당 구파 신파 싸우던 꼴을 또 리플레이하는 꼬라지하고는. 구 민주당파 너네들을 믿느니 한강 용신을 함 믿는게 더 빠르겠다. 싸우는데 맛들린 애들한테는 약도 없어요. DJ만 바라보고. 그래도 열린우리당 애들은 노통하고 치고 받고 하면서 국가운영에 대해서 쫌 배웠는데 말이지.